9년의 법정 다툼, 오늘 마침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9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파기환송심 선고를 통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15년 혼외자 공개로 파국을 맞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인 소송전을 이어왔는데요. 이른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모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감정 문제를 넘어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규모와 기업 지배권까지 연결되는 사안이라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사실 이 소송이 유독 주목받은 이유는 재산분할 대상이 된 SK그룹 지분의 규모 때문입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 회장의 순자산이 약 50억 달러로 불어났고, 이는 재산분할액 산정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기준 시점에 따라 분할 금액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로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불법 자금과 기여도 논란
재판의 핵심 쟁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노 관장은 부친의 자금 300억 원이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SK 주식의 절반을 요구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일부 인정하며 1심의 665억 원에서 1조 3,808억 원으로 재산분할액을 대폭 상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돈이 설령 유입되었더라도 뇌물에 해당하는 불법 자금이라며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자금을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죠. 대법원은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하면서도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고, 이후 두 차례의 조정이 모두 불발되면서 서울고법이 최종 심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 관장은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을 통한 기여를 강조했고, 최 회장 측은 주식이 상속과 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라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AI 호황이 키운 재산의 기준 시점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의 SK 주가는 16만 원대였으나,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에는 80만 원대로 급등했습니다. 당연히 노 관장 측은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주장했고, 최 회장 측은 이혼 성립 시점 이전의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송을 돈과 사랑, 부패와 배신이 얽힌 현실판 K드라마라고 묘사하며 집중 조명했는데, 외신은 거액의 재산분할이 결정될 경우 최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SK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부부 간 재산 문제를 넘어 SK그룹의 지배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수입니다. 9년간의 법정 다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앞으로의 파장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