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에도 외환보유액은 소폭 증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가며 불안정한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소폭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73억 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억 7,000만 달러 늘어났는데요. 이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사실 외환 당국은 고환율 방어를 위해 꽤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화예수금이 크게 늘면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서학개미들의 외화예금 증가와 기업들의 경상대금 수령이 맞물리면서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이 9억 2,000만 달러나 늘었고, 이것이 전체 보유액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외화예치금만 늘고 나머지는 줄었다
이번 외환보유액 증가는 자산 구성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전체의 89%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전월 대비 3억 3,000만 달러 줄었고, IMF 특별인출권과 포지션 역시 각각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유일하게 늘어난 항목은 금융기관의 외화예치금이었습니다. 환율 방어를 위해 투입된 외화 규모를 예치금 증가분이 상쇄하고도 남은 셈입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달러화지수가 한 달간 2.1% 상승하며 유로화와 엔화 등 비달러화 자산의 환산 가치가 줄어든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한국은행은 낮은 단기외채 비율과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를 근거로 대외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순대외채권이 GDP의 19.5% 수준이라는 점도 안정적인 지표로 꼽힙니다.
세계 13위로 밀려난 순위와 적정성 논란
보유액 규모는 소폭 늘었지만, 세계 순위는 오히려 한 단계 더 내려앉았습니다. 5월 말 기준으로 싱가포르에 밀려 13위를 기록한 것인데요. 한국은 지난해 9위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중동 전쟁 여파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며 외환보유액이 4개월 연속 늘어 우리를 앞질렀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40%는 현재 4,000억 달러대로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 33.3%는 4,500억~6,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86%에 달했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현재 43.3%로 크게 개선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순위 하락과 고환율 지속이 맞물리면서 외환 당국이 갖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