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호황에 쏠린 눈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렸습니다. 모닝스타는 삼성전자를 33만원, SK하이닉스를 240만원으로 제시했고, KB증권은 SK하이닉스를 420만원까지 높였는데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유례없는 가격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게 공통된 배경입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은 각각 42%와 9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이런 평가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동기보다 649%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모멘텀이 더욱 강해져 4분기에는 97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급 부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가격 상승을 이끈 건 수요 폭증만이 아닙니다. 디램과 낸드의 공급 물량이 HBM4 양산 가동과 공정 전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줄어든 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KB증권은 올해 D램 가격이 199%, 낸드 가격이 255%나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7년까지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생산능력 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27년 D램 수요는 17% 늘어나는 반면 생산능력은 7%만 증가할 전망입니다.
물론 AI 서버 시장만큼 주목받는 건 엣지 디바이스에서의 메모리 탑재량 증가입니다. AI 에이전트가 PC와 스마트폰으로 확산되면서 일상 기기들의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투자 규모는 2026년 8,000억 달러에서 2028년 1조 5,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AI 투자 내 메모리 반도체 비중도 2025년 14%에서 2027년 50%까지 급증할 전망입니다. 모닝스타는 현재 업황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주기가 결국 정상화될 때 현재 주가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와 세트의 온도 차
이런 호황이 삼성전자 전체를 들어올리는 건 아닙니다. DS 부문은 HBM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역대급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DX 부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수기 진입으로 흑자 유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S 시리즈의 계절적 비수기와 판촉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이익 규모는 제한적이었는데요. 하반기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오히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제품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사업부 간 온도 차가 더 벌어질 전망입니다.
당연히 DX 부문은 AI 기능을 탑재한 폴더블 신제품이나 프리미엄 가전을 통해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전사의 방어막이 되어주고는 있지만, 세트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실적 격차는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