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법정 다툼, 사실상 마무리 수순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서울고법은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안보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은 1, 2심 모두에서 기소 취지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입니다.
이번 판결은 약 5년 전 사건의 발단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후, 정부는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지난해 1심에서 전원 무죄가 나왔고, 검찰이 서훈·김홍희 두 사람에 대해서만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이어졌습니다.
재판부가 본 월북 발표의 성격
재판부는 당시 해경의 수사 결과 발표가 진실을 단정한 것이 아니라 의견 표명 성격이 강하다고 봤습니다. 고 이대준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북한군에게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가 있었던 만큼, 월북 가능성을 판단한 것에 합리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발표 내용에 단정적이고 성급한 표현이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인정하려면 월북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야 하는데, 검찰조차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은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엇갈린 반응과 남은 쟁점
무죄 판결 이후 피고인들과 유족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서훈 전 실장과 김홍희 전 청장은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조작 기소였음이 법정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안보 정책이 법정으로 끌려오는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고인의 친형인 이래진 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사법부가 국민을 외면하고 국가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족 측은 국내 사법부 판결에 불복해 국제형사재판소와 국제해사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고발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검찰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형사 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 대법원 상고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사건의 진실 규명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 밖에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