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덮친 11살 소년의 트럭
태국 북동부 묵다한주에서 평화롭던 순례 행렬이 참혹한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11살 소년이 부모 몰래 집에 있던 픽업트럭을 몰고 나와 약 10km를 달리다 차량을 통제하지 못하고 도로변으로 돌진했는데요. 이때 마침 다른 사원으로 향하던 승려 35명과 신도 5명이 일렬로 걷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트럭은 전속력으로 이들을 그대로 들이받았고, 승려 9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승려는 동료들이 공중으로 튕겨 올라 사방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불교 국가 태국 전체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2살 아이를 처벌할 수 없는 법
사고를 낸 소년은 현재 경찰에 구금된 상태지만, 형사 처벌은 받지 않을 전망입니다. 태국 법률상 12세 미만 아동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동보호법에 따라 관련 당국에 회부되어 적절한 조치를 검토받게 됩니다. 문제는 차량 소유주인 부모에게로 향합니다. 1979년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무면허자에게 차량을 양도하면 최대 2,000바트의 행정 벌금이 부과됩니다. 또한 민법상 부모는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에 대해 공동 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만 부모가 아이를 주의 깊게 감독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몰래 차를 몰고 나갔다고 진술했고, 소년은 극심한 충격으로 아직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교 국가를 울린 참사의 여진
이번 참사는 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불교 신자가 대다수인 태국에서 승려는 극히 높은 존경을 받는 존재인데요. 그런 승려들의 순례길이 피로 물들었다는 사실에 지역 주민들은 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묵다한 주지사는 이번 사건이 도로 안전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상자 중 일부는 여전히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경찰은 차량을 압수해 감식을 진행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으며, 부모의 양육 책임 소재도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낸 이가 어린 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처벌만으로 끝낼 수 없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 셈입니다. 태국 전역에서 어린이들의 무면허 운전과 차량 관리 부실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