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환율과 불안한 집값
한국은행이 27일 기준금리를 현행 2.50%로 4차례 연속 동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만장일치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큰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70원대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되며 0.20% 오르는 등 반등세가 뚜렷합니다. 동시에 시중은행 가계대출도 2조 6,000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금리 인하 시 추가적인 대출 수요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와의 줄다리기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도 한국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70%에 달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큰 구조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폭과 시기가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다"며 유연한 접근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연준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다른 연준 인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신호 속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 회복과 금리 정책의 균형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9%에서 1.0%로, 내년 성장률은 1.6%에서 1.8~1.9%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전망입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쿠폰 효과 등으로 내수가 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데요. 경제 성장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률 상승이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올해 성장률의 낮은 기저효과가 내년 성장률을 부풀리는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경제 주체들이 체감할 만큼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내년 금리 전망, 전문가들 사이 팽팽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심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20명 중 80%는 내년 1월에도 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5%만이 내년 1월 금리 인하를 예상했을 정도로 고환율과 경제 불확실성이 금리 정책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나 3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었다고 봅니다. 내년 연말 기준금리가 2.2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2027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전망이 공존하는 만큼 한국은행의 향후 정책 행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