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찾아간 청와대 조문단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인 조부환 씨가 지난 31일 향년 93세로 별세하면서,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싼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잠시 주춤했습니다. 경북 포항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찾아가 이재명 대통령의 조의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요구한 이후, 양측 인사가 공개적으로 만난 첫 자리였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가족들과 조용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으로 외부 조문을 사양했지만, 청와대는 유족을 애도하기 위해 비서실장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강 실장은 빈소에서 약 30분간 조문하며 유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양측은 슬픔을 겪는 유족을 배려해 재제청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법사위 일정 취소와 잠시 멈춘 공세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상 소식에 따라 예정되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 질의도 취소되었습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유족의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공개적인 압박은 자제하는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공세가 일시적으로 멈추면서, 최근 뜨거웠던 제청권 갈등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화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례 기간 중에는 예의를 지키지만, 장례가 끝나면 갈등은 다시 격화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제청권 쟁점
사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대법관 후보 제청권의 주체를 둘러싼 해석 차이입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조하며 손봉기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하고 있고, 대법원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각자의 권한 존중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질문에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각자의 권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습니다.
장례가 마무리된 뒤에는 이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해야 합니다. 현재 양측의 대립은 단순히 인사 문제를 넘어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한 경계를 둘러싼 구조적인 논쟁으로 번지고 있어서, 한 차례의 숨 고르기가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