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감지된 2.9cm, 오후에 덮친 참사
2026년 5월 26일 새벽 2시 30분경,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분명한 이상 징후를 포착했습니다. 슬라브 상판이 약 2.9cm 내려앉은 것인데요. 이에 공사는 일시 중단되고 안전진단이 계획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2시 33분, 외부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합동 안전진단을 받던 중 60년 된 고가 구조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사고로 현장 관리소장과 구조기사, 감리단장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여파는 곧바로 교통망으로 퍼졌습니다. 무너진 구조물이 경의중앙선 선로를 덮치면서 서울역과 수색역 사이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KTX 120여 개 편성도 운행을 멈추거나 구간을 변경했습니다. 출근길 시민들은 시내버스 우회와 열차 지연으로 큰 불편을 겪었는데요. 서울시는 53개 시내버스 노선을 집중 배차하고 광역버스를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습니다.
60년 노후 구조물과 안전 관리의 허술함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에 지어진 노후 시설입니다. 콘크리트 파편이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정밀안전등급 D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9월부터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었죠. 문제는 철거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거더 절단 공법으로 인한 부하 불균형과 부실한 지지대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사전 조짐이 명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이 직접 구조물 위에 올라가 점검했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격 장비나 드론을 활용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데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진단 보고서의 질이 낮았고, 위험성 평가가 부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시 공정률은 87%에 달해 계획보다 다소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통 대란과 정치권의 움직임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현장 수습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2차 붕괴 우려로 잔해 제거가 지연되면서 복구 일정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코레일은 전차선 복구와 선로 점검이 끝나야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요. 이르면 당일 중 잔해 제거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고용노동부의 작업계획서 승인이 선행돼야 합니다.
한편 6·1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장 후보들은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직무 정지 상태임에도 책임감을 표명했고, 정원오 후보는 신속한 구조를 촉구했습니다. 여야 지도부 역시 사태 수습에 집중하며 내부 언행 단속에 나서는 등 선거판의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경찰은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업무상 과실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노후 인프라를 다루는 현장에서 안전을 얼마나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사전 보강과 원격 점검 체계 마련, 그리고 무리한 공정 추진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