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인권위의 촉구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향해 장애인 참정권 보장 권고의 완전한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인권위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내용 동일화, 발달장애인용 쉬운 투표용지 도입, 투표 보조인 지원 확대, 공영방송 수어통역사 추가 배치 등을 요구해 왔는데요. 하지만 두 기관은 제작 비용과 법적 절차, 비장애인 시청권 저해 등을 이유로 일부 권고 사항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발달장애인 단체의 요구를 접하고 실현 방안 검토를 지시했음에도, 선거일을 앞두고서도 구체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투표소 안의 보이지 않는 벽
이번 논란의 핵심은 장애인 유형별로 맞춤형 투표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인데, 현실적인 제약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점자형 공보의 경우 책자형과 동일한 내용을 담으려면 분량이 3배에서 8배까지 늘어나는 탓에 선관위는 이행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림 투표용지나 후보자 사진이 포함된 보조 용구는 투표지 규격 변경과 개표 장비 전량 교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고, 투표 보조인 지원 확대 역시 대리투표 방지 대책 미비를 이유로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이처럼 기술적·재정적 한계가 계속 언급되면서 발달장애인의 투표율은 전체 장애인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방통위 역시 수어통역사 추가 배치가 비용 부담과 비장애인 시청권을 해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법원 판결과 제도 개선의 간극
사실 장애인 투표 보조와 관련해서는 이미 하급심 법원에서 차별 금지 취지의 판결이 나온 상태입니다. 투표 보조 거부가 간접차별이라는 1·2심 판결과 보조 용구 제공 판결이 있었으나, 선관위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인권위는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대만 등 이미 이해하기 쉬운 투표 자료를 제공하는 해외 사례를 들며 반박했는데요.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참정권은 헌법적 권리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5년 넘는 소송 기간과 여러 차례의 선거가 지났음에도 투표소 안의 벽이 여전하다는 점은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