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장을 떠난 총사령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시점에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당 대표가 선거 준비의 최종 집중기에 장기간 해외에 머무르는 것은 이례적인데요.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송석준 의원은 이 상황을 “전쟁 중 총사령관의 군무지 이탈, 탈영” 에 비유하며 맹렬히 비판했고, 주호영 의원은 “상갓집에서 상주가 놀러 간 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전선을 뒤로 한 채 미국으로 향한 장 대표의 결정은 당원과 후보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의문과 실망을 낳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압도적입니다. 배현진 의원은 후보들이 절박하게 선거운동을 펼치는 상황과 대비된다며 장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고,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보수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장 대표의 워싱턴 행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구체적 성과 없는 ‘미스터리 외교’
장 대표의 방미 일정은 구체적인 성과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스터리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 중동 사태와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면담한 인물과 구체적 내용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당초 기대되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 예를 들어 J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멘토인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만남도 일정 문제로 무산되었습니다.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공식 일정 중 공개된 사진들입니다.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밝게 웃으며 찍은 ‘투샷’은 당내에서 “선거판은 뒷전이고 화보나 찍느냐”는 비난을 불렀습니다. MBC, JTBC 등 지상파 뉴스에서도 ‘화보 논란’을 집중 보도하며 비판했는데요. 김민수 최고위원이 동행한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의 만남에서 ‘부정투표 방지’ 메시지를 전한 점도,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내 권력 갈등과의 연관성
장 대표의 방미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당내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장 대표의 해외 체류가 일종의 ‘도피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지호 전 의원은 방미를 ‘도피 전략’이라고 표현했고, 당내 일각에서는 부산 지역을 둘러싼 무공천 요구와 같은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조기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당 지도부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선거 국면에서 각자의 길을 찾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당의 지방선거 대응 체계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귀국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과를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당내 신뢰도는 크게 흔들린 상태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결집력을 확인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내부의 분열과 비판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 장 대표에게는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