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서 시작된 가격 불안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0월 20일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장중 111달러를 웃돌며 5개월 만의 최고치를 다시 썼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4~105달러 선까지 올라섰는데요. 최근 2주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소 18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는 집계가 나오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가격에 본격 반영된 겁니다.
배경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주장이 자리합니다. 후티는 19일 사우디 아람코의 얀부 석유시설과 샤이바 유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등을 겨냥했다고 밝혔는데요. 사우디 당국은 즉각 확인하지 않았고 로이터도 독립 검증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다만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가 2주간 18척 피격을 보고하면서, 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격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유가와 금리가 금값을 눌렀다
같은 시각 금값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금 현물은 온스당 4,120달러선으로 0.5% 내렸고 미국 금 선물도 비슷한 폭으로 밀렸는데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그만큼 금리 인상 우려가 되살아난 결과입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라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연준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다만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으로 12월 인상 확률은 90% 수준까지 반영돼 있어, 시장은 이미 다음 수를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은행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2%에 근접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증시로 번지는 부담
고유가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나스닥100과 S&P500, 다우존스 선물이 일제히 하락했고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겹친 관련주들도 약세를 보였는데요. 원유와 운송비가 함께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가 밀려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ING 분석가들은 실제 수송에 차질이 없으면 위험 프리미엄이 서서히 걷힐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은 그런 조짐이 뚜렷하지 않고, 미국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가 줄었다는 전망도 가격을 받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교착이 이어질 경우 2027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이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수입 비용과 해상 운임이라는 두 갈래 부담을 함께 안게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