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이 직접 챙긴 AI 전환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 도입을 지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총수들이 직접 현장을 찾고 조직 문화까지 바꾸는 작업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AI를 특정 사업부의 과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생존 조건으로 놓고 있다는 뜻이죠.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6월 AI 대전환을 선언한 뒤 모든 계열사 업무에 AI를 도입하고, 임원 2,300여 명을 대상으로 합숙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울산 AI 데이터센터와 SK이노베이션 CLX를 찾아 데이터센터와 생산 현장을 잇는 'AI 풀스택' 전략을 점검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은 AI를 과거 성공 방정식을 무력화하는 기술로 규정하고, 경주 GPC에 협력사와 함께 쓰는 AI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열었습니다.
LG 구광모 회장은 최고경영자 40여 명이 참석한 8시간 마라톤 회의를 주재하며 투자 방향을 조율했습니다. GS 허태수 회장은 2028년 강원 동해시에 1.2GW 데이터센터를 준공한 뒤 2.4GW까지 늘리는 계획을 내놨고, LS 구자은 회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AI로 처리하자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성과
이 같은 행보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 DX 부문은 디지털 트윈 기반 제품 개발로 낙하와 발열 검증 시간을 기존 15일에서 2일, 5일로 줄였습니다. LG이노텍은 AI 부품 제안 시스템을 도입해 견적 산출 시간을 70% 이상 단축했습니다.
전력과 냉각이 새로운 격전지
AI 인프라가 커지면서 전력과 열관리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800볼트 직류(800VDC) 기반 차세대 전력 아키텍처를 제시하면서 관련 부품 수요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GE버노바는 솔리드스테이트 변압기(SST)와 중압 무정전 전원장치(MV-UPS)를 개발 중이며, 전력 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4분기 347억 달러에서 올해 2분기 446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가스터빈 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30GW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협업도 활발합니다. LG전자와 SK엔무브는 9월 21일 서울 SK서린빌딩에서 차세대 냉매와 냉동기유, 액침냉각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지구온난화지수 150 미만이면서 과불화화합물을 쓰지 않는 친환경 냉매를 함께 설계하고, 서버를 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까지 실증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LG엔솔에 이어 테슬라와 히타치 등도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전력 동맹에 합류하는 등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전력과 냉각 같은 인프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