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 선택, 그리고 사라진 9명의 동료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을 덮친 대홍수와 산사태로 우리 국민 9명이 실종된 채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이 함께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전체적으로 392명의 사망자와 1,500명 이상의 실종자를 낳은 참사인데요.
사실 고립되었던 한국인은 모두 10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대가 높은 파워하우스에 머물다 네팔군 헬기로 구조되었고, 그중 9명은 안전지대로 무사히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 1명은 네팔인 직원 15명이 모두 구조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현장에 남았습니다. 현장소장은 자신의 구조 기회를 포기하고 동료들을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요. 반면 실종된 9명은 지대가 낮은 사무실과 숙소에 머물다가 건물이 유실되면서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되어 구조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조의 전선과 외교적 공백
정부는 실종자 수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외교부와 경찰청, 소방청으로 구성된 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고,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기 시그너스를 투입해 구호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과잉 대응은 없다며 모든 외교 채널을 가동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현지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40km가 넘는 도로가 끊기고 80여 개의 교량이 파손되어 지상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데요. 소형 헬기 위주로 구조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대규모 수색에는 한계가 따르고 있습니다. 험준한 고산 지형과 교통 두절이 실종자 발견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과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과 상황을 공유하며 현지 방문 지원 방침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외교적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주네팔대사관은 전임 대사가 이임한 뒤 대사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공무원 6명뿐인 소규모 공관 특성상 재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박재경 주짐바브웨대사를 신임 주네팔대사로 급히 임명하며 현지 대응 체계를 보완했습니다.
쏟아진 물과 울리지 않은 경보
이번 재난은 기후 변화로 녹은 빙하가 만든 언색호 붕괴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네팔 국경 인근 하천에 물이 200만㎥ 이상 고여 있고, 사흘간 추가 유입이 예보되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티베트 지역에 홍수 방어 4급 비상대응을 가동했지만, 하류 지역의 추가 피해는 막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연히 조기 경보 시스템의 작동 여부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시속 70km에 달하는 급류가 마을을 덮쳤지만, 경보는 이미 물살이 도달한 뒤에나 울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과 네팔 간에 하천 수위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던 협력 체계도 이번 사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지역 내 어떤 경보 장치도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유사 재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네팔 현지에서는 1만 7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1,500명가량을 구조했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구조 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