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임원이 된 이유
신세계그룹의 2027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띕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손종원 셰프가 전문임원으로 승진한 건데요. 방송과 미식 가이드에서 얼굴을 알린 요리사가 대기업 임원 명단에 오른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전문임원 승진자는 손 셰프 한 명뿐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쌓은 전문성이 그대로 경영진의 평가 기준이 된 셈입니다. 신세계 측은 이번 인사를 두고 실력이라는 기준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경에는 그룹의 책임경영 기조가 있습니다.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직접 이끌겠다고 나서는 등 계열사 곳곳에서 현장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관측입니다.
‘쌍별 셰프’라는 이력
손 셰프는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의 한식당 이타닉 가든과 중구 레스케이프의 양식당 라망 시크레 주방을 이끌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6에서 별 하나씩을 받았는데요. 라망 시크레는 6년, 이타닉 가든은 4년 연속 별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쌍별 셰프입니다.
원래 전공은 요리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 공과대학을 다녔고,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코이와 퀸스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감각을 다졌습니다. 2018년 라망 시크레 총괄 셰프로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 2022년부터 이타닉 가든까지 맡았습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얼굴이 된 건 방송 덕분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했고, 지난 4월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의 친교 만찬 조리에도 참여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24와 손잡고 도시락과 김밥 같은 간편식 라인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력 기준 인사의 명암
이번 인사는 요리라는 전문 영역을 그룹의 성장 전략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호텔과 유통, 식품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에서 미식 콘텐츠의 부가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까요.
반대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방송 노출과 상징적인 자리가 인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겁니다. 전문임원이라는 직함이 실제 경영 권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관건은 성과입니다. 그룹이 강조한 실력이 인사 한 번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앞으로 그가 주방 밖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결과를 낼지가 이번 인사의 진짜 평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