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문턱에서 멈춘 배구 소녀들
한국 U-17 여자배구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준결승 진출을 앞두고 마지막 문턱에서 주저앉았습니다. 이승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26 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튀르키예에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역전패하며 4강행이 좌절되었습니다.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손서연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을 올리며 분전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출전권을 따낸 뒤, 조별리그 5전 전승에 이어 16강에서 필리핀을 3대 0으로 꺾으며 무려 6연승을 달렸습니다. 광복절에 열린 8강전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듯했는데요. 1세트를 25대 21으로 가져오고 2세트 초반까지 크게 앞서나가는 등 경기 주도권을 쥐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랭킹 7위 튀르키예의 벽은 높았습니다. 2세트 듀스 접전에서 집중력이 흔들리며 세트를 내준 뒤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고, 3세트와 4세트를 연이어 내주며 경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평균 신장이 7cm나 더 큰 상대의 압도적인 블로킹 앞에 고전했는데, 블로킹 득점에서 4대 21로 크게 밀렸습니다. 범실도 33개나 기록하며 상대보다 16개나 많았고, 이는 승부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빛난 미래의 가능성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한 건 한국 여자배구의 밝은 미래입니다. 에이스 손서연은 혼자서 24점을 책임지며 대회 득점 랭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최민주와 이다연, 어민서 등 젊은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4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유럽 강호를 상대로 1세트를 선취하며 대등하게 맞선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될 것입니다.
김연경 은퇴 이후 침체기를 겪어온 한국 여자배구로서는 이번 대회가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린 계기였습니다. 6연승으로 8강에 진출하며 당초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남은 순위 결정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합니다.
남은 경기와 귀국 일정
대표팀은 오는 16일 오전 3시 태국과 5·6위 결정전 진출 티켓을 놓고 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17일 5·6위 결정전에 출전하고, 패배할 경우 7·8위 결정전을 치르게 됩니다. 최종 목표는 세계 5위 달성으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오는 19일 귀국할 계획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보여준 투지와 성장세는 앞으로 한국 배구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