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식지 않는 무더위
제13호 태풍 '돌핀'의 간접 영향으로 제주도에 비바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10일 오전까지 산지와 중산간 지역에 최고 50mm, 해안 지역에는 5~3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서귀포항에서는 어선을 비롯한 다수의 선박이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대피했습니다. 해상에서는 최대 5.5m의 높은 파도와 강한 너울이 몰려와 풍랑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사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찜통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9일부터 12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30~33도까지 오르고, 아침 최저기온도 26도 안팎에 머물며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비가 오히려 습도를 높여 체감온도를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셈입니다. 해안가에서는 강한 너울이 방파제를 넘을 수 있어 낚시나 레저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달 넘게 타들어간 농경지
이번 비 예보에 가장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은 한 달 넘게 가뭄에 시달린 농민들입니다. 지난 7월 장마철에도 제주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농경지가 심각하게 메말랐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은 파종철을 맞아 한 달째 강수량이 부족해 발아 실패와 파종 지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제주시와 한국농촌지도자 제주시연합회는 지난 6일 급수지원반을 꾸려 당근 파종용수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번 태풍으로 내리는 비가 가뭄 해소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됩니다. 다만 예상 강수량이 해안 지역 기준 5~30mm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소량의 비가 가뭄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태풍 잇따라 북상…안전과 기상 변수 주목
태풍 돌핀은 10일 중국 상하이 남쪽 해상에 상륙한 뒤 11일경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돌핀이 지나간 뒤에도 제주의 기상 상황은 쉽게 안정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제15호 태풍 '찬홈'이 12일 우리나라 동해상 인근까지 북상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강수와 풍랑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해상에서 최대 6m에 달하는 높은 물결이 일어 항해와 조업 활동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해상 안전사고에 특히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현재 제주 산지와 일부 육상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시설물 점검과 야외활동 자제가 권고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축산농가의 경우 송풍 및 분무 장비를 가동해 축사 온도를 조절하고, 일반인들은 격렬한 야외 활동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태풍 시즌의 첫 주자인 돌핀과 찬홈의 이동 경로는 앞으로 제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의 폭염과 가뭄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