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대기 환경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동원된 경찰관들이 폐지 상자를 이불 삼아 잠을 자거나 영화관 바닥에서 쪽잠을 청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였습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공개한 사진들에는 근무복을 입은 채 박스 속에서 잠든 모습부터 복도에 모포만 깔고 누워있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는데요, 이러한 모습들은 국제행사 경호를 맡은 경찰들의 기본적인 휴식 권리조차 보장되지 못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숙소와 식사 제공의 이중적 현실
경찰청은 하루 최대 1만 9천 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이 동원되면서 숙소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합니다. 호텔과 리조트 중심의 보문단지 인프라로 인해 모든 경찰관에게 실내 대기 공간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더 구체적인 문제들이 발생했는데, 일부 경찰관들은 화장실 문이 없는 통유리 구조의 모텔에 투숙해야 했습니다. 한 경찰관은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환경이었죠.
식사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당초 경주실내체육관을 식사장소로 사용하기로 했으나 대한상공회의소의 용도 변경으로 일부 경찰들은 버스 안이나 야외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도시락 배송 초기에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어 사비로 끼니를 때우거나 찬밥을 먹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경찰청의 해명과 한계 인정
경찰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관계자는 "2시간 현장 근무 후 4시간 대기하는 방식으로 총 8시간을 근무했으며, 비번일에는 지정된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행사 준비 과정에서 경찰 인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응 조치로는 담요 1만 여 개와 간이 침대 500여 개를 보급했고, 버스를 임차해 대기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의 입국 일정이 예정보다 앞당겨지면서 숙소 부족 문제가加剧됐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조직 사기와 향후 과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처우 문제를 넘어 경찰 조직 전체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청 앞과 국회 앞에서 사진전을 개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데요, 그들은 경찰 지휘부에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와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경호 임무 수행이라는 명분 아래, 그 일을 직접 수행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입니다. 향후 유사한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는 충분한 대기 공간과 식사 장소를 사전에 확보하고, 행사 준비 과정에서의 협조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