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통상 사령탑
이재명 대통령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15일 0시부로 직권면직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통상 분야의 핵심 실무 책임자로 활동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재기용되어 한미 관세 협상과 유럽연합의 철강 조치 대응을 주도해왔는데요. 특히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무역법 301조 조사와 쿠팡 관련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질이라 파장이 만만찮습니다.
사실 이번 인사는 매우 갑작스럽게 단행되었습니다. 여 본부장이 이틀 전인 8월 13일에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후 돌연 직무가 정지된 것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가 임면권자의 정무적 판단이라며 구체적인 배경 설명을 피했습니다. 청와대 역시 인사 사안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만 내놓았고요. 이런 침묵 속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체 이유를 둘러싼 엇갈리는 해석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경질이 한미 관세 협상 등 주요 통상 현안과는 무관하며, 업무 외적인 개인적 사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 본부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비위 의혹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관측과, 협상 실패에 따른 문책성 경질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야권은 이번 인사가 국익에 뚜렷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조조가 식량 부족을 창고 담당자 탓으로 돌렸던 일화를 인용하며,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특성상 이번 경질이 내부 불안정이나 통상 기조 변경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고요. 국민의힘 역시 국민적 합의 없이 약속한 대미 투자 이행 압박이 거세지는 마당에 협상 사령탑을 공석으로 만든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맞받았습니다.
협상 공백 우려 속 가동된 비상 체계
현재 통상교섭본부장직은 후임자 없이 공석인 상태입니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가 직무를 대행하고,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현안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여 본부장이 미 무역대표부 수장과 직접 협의해 온 라인이 끊긴 만큼, 실질적인 업무 차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대미 외교에 균열이 생길 경우 최근 주식시장 혼란 이상의 경제적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인사가 미국 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협상의 연속성이 깨지고, 새로운 담당자가 현안을 파악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정부가 구체적인 경질 이유를 계속 감춘다면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