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옥죄는 소송의 공포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필수의료 붕괴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의료인을 향한 과도한 민·형사 소송의 공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18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국회에서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의료인 민·형사 소송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 자리에는 법조계와 학계,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논의를 펼쳤습니다. 공청회의 핵심 목적은 소송으로 인한 의료인의 부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개인 책임 강화의 역효과 진단
공청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연세대 서종희 교수의 분석이었습니다. '필수의료사고에 대한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서 교수는 의료사고 발생 시 개인 의사의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구체적인 국내 판례를 비교·분석하며, 이러한 구조가 의사들로 하여금 고위험 수술이나 필수 진료를 기피하는 '방어적 진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어은경 교수, 신은주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현행 법체계가 의료행위의 불확실성과 복잡한 시스템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시스템 개선을 위한 법적 정비 과제
이번 논의를 주도한 장유석 의료배상공제조합 TF 위원장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의료사고 피해구제와 관련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환자안전법', '의료법' 등 여러 법이 분산되어 있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법체계를 유기적으로 정비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입니다. 공청회는 단순히 의료인의 부담을 줄이자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번 논의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 위험한 수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사와 안전한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