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가해자 훈장 박탈 본격화…정부, 부적절 포상 전면 재검토

동연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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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4월 13일 오후 9:20

발행: 2026년 4월 13일 오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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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폭력 가해자나 반헌법 행위자에게 수여된 부적절한 정부 포상을 전면 재검토합니다. '보안사 이근안' 고병천 전 수사관의 보국훈장 논란을 계기로, 행정안전부는 포상 취소 대상을 적극 발굴하고, 낮은 환수율을 높이며, 취소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섭니다. 이는 과거사 청산과 상훈 제도의 영예성 회복을 위한 포괄적인 조치입니다.

보도 하나가 촉발한 대정부 질문

‘보안사 이근안’으로 불리던 고병천 전 수사관이 보국훈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MBC의 단독 보도가 나온 건 4월 13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에서 고문과 허위자백 강요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2018년 위증죄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1981년 ‘간첩 검거 공로’로 받은 훈장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는 보도는 순식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청와대는 “서훈 취소 사유가 확인되면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당한 공권력 사용을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런데 이 단일 사안에 대한 대응은 빠르게 더 근본적인 제도 개혁 논의로 확장됩니다. 같은 날 오후, 행정안전부는 국가폭력 가해자나 반헌법적 행위자에게 수여된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본격 발표했습니다. 고병천 씨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행안부는 상훈 제도의 총괄 부처로서, 그동안 각 기관에 분산되어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던 포상 취소 업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주도해 나가겠다는 복안을 보였습니다.

취소에서 환수까지, 제도적 장치 마련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우선, 고문이나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있는 과거사 사건을 조사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포상을 받았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합니다. 이후 해당 포상을 추천한 기관에 취소 검토를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재심 무죄’라는 사법적 판결이 났음에도 포상 취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행정의 침체’를 해결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법무부 등과 협의해 재심 소송 현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겠다는 방침도 이와 맥을 같이합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도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행안부는 계엄 가담자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확정받으면, 과거에 받은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9년 상훈법 개정으로 취소 요건이 ‘3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된 점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아울러 12·12 군사반란 가담자 등에 대한 무공훈장 취소 사례를 확대해 나가고, 중대재해나 인권침해 사건 관련자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포상을 취소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 까다로운 과제는 이미 취소된 훈장의 실물을 회수하는 일입니다. 현재까지 취소된 정부포상 791건 가운데 실제 환수된 건은 260건에 불과해 환수율이 약 33%에 그칩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훈장 반납 거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에 행안부는 주소 불명 등으로 방치된 환수 건들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강제 조치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국민 알권리를 위해 포상 취소 시 단순히 ‘법 제8조’라고만 적던 관보 게재 방식을 바꿔, 구체적인 취소 사유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영예 회복을 위한 여정의 시작

이런 전면 재검토 작업을 위해 행안부는 전담 조직(TF)을 구성하고, 전문가 자문단과 범부처 상훈담당관 회의체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국가의 상훈이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기반을 다지고, 국민이 국가 포상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부적절한 포상 취소는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수십 년 전 일을 하나하나 추적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포상 취소가 잇따를 경우 오히려 정부 포상 자체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제도의 영예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고병천 씨의 보국훈장을 두고 시작된 이번 논의가, 과거사 청산과 국가 상훈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는 본격적인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