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로 불리는 한국 증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한국 증시를 '세계에서 가장 미친 주식시장'이자 '공포의 놀이기구'라고 지적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코스피가 지난 1년간 세 배 넘게 급등했다가 6~7월 사이 약 40% 폭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이런 탓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롤러코스피'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한국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을 탈출해 지난해와 올해 모두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해 연중 코스피 상승률은 60%에 달해 미국, 일본, 영국, 대만 등을 크게 앞섰습니다. 즉, 변동성이 컸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압도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입니다.
손실의 민낯, 누구에게 집중됐나
문제는 이런 격랑 속에서 막대한 손실이 개인 투자자에게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한국 증시 일일 거래량의 60~70%를 차지하는 '개미'들이 피해의 대부분을 떠안고 있는데요. 25세 청년 투자자가 예금과 수익금을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몰아넣었다가 전액을 잃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지난 5월 말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이 고위험 상품은 반도체주 급락 시 손실도 두 배로 확대됐죠. 실제로 AI 테마 전문 해외 헤지펀드도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했다가 한 달 만에 67%의 손실을 보고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해야 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신규 상품 승인을 보류하고 의무 예탁금을 기존 대비 세 배로 올리는 등 규제를 급하게 보강했는데요. 보완 조치 이후 평균 거래대금은 11조 7천억 원에서 1조 1천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엇갈린 진단과 시장의 미래
시장에 대한 진단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가 건전한 투자처가 아닌 '도박판이자 카지노'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 대표는 정부 개입 없이 시장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사실 이런 비판 뒤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한국 증시의 오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대로 금융위는 최근 변동성이 글로벌 반도체 주가 흐름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며,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WSJ 스펜서 자카브는 과열된 파티가 끝난 뒤 막대한 손실의 대부분을 개인 투자자가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결국 단기적인 진정책으로는 부족하고, 주주 환원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