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도 꿋꿋한 집값, 반도체 성과급이 변수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습니다. 3년 반 만에 긴축으로 방향을 튼 건데요. 시장의 관심은 당연히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렸으니 집값이 진정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세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대를 넘어섰고, 특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63.9%에 달해 변동금리 차주보다 충격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전세난이 매매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 큰 변수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 증시 호황으로 불어난 투자 수익과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유동성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경기 화성 동탄, 용인 기흥, 구리시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과 뜨거운 자금 흐름을 동시에 잡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가계부채 1,866조원 시대, 이자 부담 누구에게
금리 인상의 그림자는 가계와 서민에게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1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866조 원에 달하는데요. 기준금리가 0.25%p만 올라도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 8천억 원 증가하고, 차주 1인당 평균 56만 원의 이자가 더 붙는 셈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77%에서 7.49%까지 형성돼 최고 금리가 8%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0.25%p 추가 상승하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29만 6천 원 더 늘어 연 613만 9천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연히 소비 위축과 중소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고,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경제적 양극화 심화가 우려됩니다.
연내 3%대 진입하나, 최종금리 전망도 상향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BNP파리바는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 3.00%에서 3.25%로 상향 조정했는데요. 경제지표의 상방 서프라이즈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기본 시나리오로는 올해 10월과 내년 1월에 각각 25bp를 추가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세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물론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 차익 실현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금리 인상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분기 GDP와 7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쏠리고 있습니다. 지표가 예상보다 뜨거우면 8월이나 10월 중 추가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향후 경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