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악수, 긴 어색함
1초도 채 되지 않은 악수 한 번이 부산 정치판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26일 오전, 부산 북구 구포초등학교에서 열린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마주쳤습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만난 두 사람은 가벼운 악수를 나눈 뒤 바로 자리를 뜨는 등,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이 짧은 만남은 야권 내 단일화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행사장에는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따로 모여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고, 일부 주민들은 한 전 대표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본격적인 선거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죠.
‘침입자’ 대 ‘진정성’, 다른 길을 걷는 두 후보
두 후보가 보여준 전략과 메시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박민식 전 장관은 빨간색 외투를 입고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 동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친근감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축사에서 “선배와 후배에게 빚을 졌다”며 지역 기반을 강조했고, “북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침입자’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면,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한동훈 전 대표는 ‘지역 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북구를 떠나지 않겠다”며 지역에 정착할 의지를 밝혔고, “전재수 의원보다 더 전재수같이 하겠다”며 전임 의원의 성과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전략은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정치인보다는, 외부에서 온 영향력 있는 인물로서의 ‘새로움’과 ‘변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정우 변수와 앞으로의 향방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게 불참한 인물이 있습니다. 하정우 청와대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입니다. 그는 북구갑 보궐선거의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며, 그의 행보에 따라 선거 판세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하 수석을 차기 주자로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정치권에서는 그가 조만간 공식적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 수석의 참전 여부는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박민식 후보가 강력한 지역 기반을, 한동훈 후보가 전국적인 인지도와 조직력을 각각 무기로 삼고 있는 만큼, 하 수석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에 따라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어색한 1초 악수로 시작된 북구갑 보궐선거는 이제 본격적인 주민 마음 잡기 경쟁으로 접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