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경제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AI가 대규모 실업과 증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공상과학 소설에 비유하며 기술 발전이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죠. 이 같은 첨예한 대립 속에서 미국과 아시아 증시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AI 파괴론, 공상과학인가 현실인가
논란의 시작은 한 연구 보고서에서 비롯됐습니다. 시트리니 보고서는 AI 기술이 사무직을 비롯한 다양한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광범위한 실업 사태를 불러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증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AI가 가져올 부정적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집대성한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백악관은 이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해당 보고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됐고 현실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한 겁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런 주장은 공상과학 소설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AI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전망했습니다. 더 나아가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위한 규제 논의와 지속적인 투자로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증시의 엇갈린 그림자
흥미로운 건 같은 날 전개된 증시의 반응입니다. AI 파괴론이 제기된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배달 플랫폼 등 고평가된 테크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투자자들이 보고서의 경고에 민감하게 반응한 거죠.
반면 아시아, 특히 한국 증시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AI 발전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논리에 힘입어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겁니다. 삼성전자는 3.63% 상승한 20만원, SK하이닉스는 5.68% 뛴 100만 5천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 흐름에 힘입어 미국의 경쟁사 마이크론을 시가총액에서 제치고 글로벌 21위로 올라섰습니다. 코스피는 5,969.64로 6,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고, 대다수 증권사들은 호실적 기대에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낙관론이 팽배했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두 시선
동일한 AI 기술을 두고 왜 이렇게 극명한 평가가 갈리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한쪽은 단기적이고 파괴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다른 쪽은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과 산업 구조 개편 효과를 강조하는 거죠. AI로 인한 일자리 재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중립적인 관측입니다.
증시의 반응도 지역별 산업 구조 차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비중이 커 AI의 직접적인 대체 효과에 더 취약해 보일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AI 수요 증가를 호재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코스피 공포지수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한 점은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의 진정한 경제적 영향력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결국 AI 기술 발전의 궤적은 정책과 규제, 사회적 합의에 크게 좌우될 전망입니다. 백악관의 강력한 반박은 AI 기술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국제적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방향이 경제와 증시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AI는 이제 공상과학이 아닌 우리 경제의 현실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