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금의 새로운 통로가 열리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AI 투자 자금의 유입 경로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그래닛셰어스는 상장 직후 2배 롱과 2배 숏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두 종목을 내놓았는데요. 이로써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마이크론 외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함께 AI 메모리 시장의 양강 구도를 본격적으로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58%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선행 PER이 5.71배로 마이크론의 5.89배보다 낮아 상대적인 가격 매력도 갖추고 있는데요. 일부 해외 증권업계 분석가들은 견고한 서버용 HBM 수요를 바탕으로, 현재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최대 100%에서 120%에 이른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본주 대비 25% 프리미엄의 의미
상장 초기, 한국 본주와 ADR 사이에는 최대 25%에 가까운 가격 괴리가 나타났습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국내 본주가 184만 2천 원일 때 ADR은 24.60%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하며 154.03달러에 거래되었는데요. 이는 한국 증시 휴장과 초기 유동성 제한, 그리고 야간 변동성을 회피하려는 현지 자금의 움직임이 겹친 결과입니다.
물론 이런 프리미엄이 오히려 국내 본주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대만 TSMC 사례에서도 ADR 프리미엄이 25%를 웃돌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본주를 매수했던 패턴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DR 프리미엄이 51%까지 벌어졌던 지난 15일, SK하이닉스 본주는 장중 13.49% 급등하며 코스피가 7,400선을 회복하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넘어야 할 과제와 7월 말 전환 제도
당연히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라는 단일 고객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가 여전히 뚜렷한 약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HBM 양산 속도에 따른 단가 인하 압력도 현실적인 부담입니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을 내세우며 설비투자를 줄이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HBM 가격이 조기에 피크아웃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 측에서는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하는 등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다만 오는 7월 29일부터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원주와 ADR 간 상호 전환 제도가 가동되면, 헤지펀드들의 차익거래가 유입되어 현재의 20%대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청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의 수급 동향과 빅테크의 투자 계획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