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ISDS 취소소서 승소…국민연금 독립성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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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2월 24일 오전 8:05

발행: 2026년 2월 24일 오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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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며 약 1600억 원의 배상 위기를 일단 피했습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 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해 중재 판정을 취소했는데, 이는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다만 사건은 다시 국제중재로 돌아가 청와대 등 정부 부처의 개입 행위에 대한 인과관계를 따질 예정입니다.

1600억 원 국고 유출 위기에서 벗어나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장기간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법원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내린 ‘정부의 엘리엇 배상 판정’ 취소 소송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이로써 정부는 약 1600억 원에 달할 수 있었던 배상금 지급 의무에서 일단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판결의 핵심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을 정부의 조치로 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8년 가까이 이어진 이 소송은 국민연금의 독립성 자체가 법정에서 시험받는 사건이었고, 그 독립성이 결국 인정받은 셈입니다.

법무부는 이번 승소로 국민연금 기금의 자율적 운용 원칙을 수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엘리엇 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위기에서 한 발 물러난 상태입니다. 이번 소송은 한미 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제도 하에서, 국가 기관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8년 간의 소송, 핵심 쟁점은 ‘국가기관’ 여부

이번 소송의 시작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에 반대했지만, 최대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이 통과됐죠. 엘리엇은 이에 불만을 품고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정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합병을 유도했고, 이로 인해 주주 가치가 훼손되어 손해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손을 들어 약 690억 원의 원본 배상액(이자 포함 약 1600억 원 추산)을 정부가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정부는 이 판결에 즉각 불복하며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정부의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부와 별개의 독립적 법인이며, 그 의결권 행사는 국가의 조치가 아니라는 거였죠.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항소와 파기환송 절차를 거치며 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이 “정부 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독자적인 법인격을 가지고 자체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며, 연금 운용이 국가의 핵심 통치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판단이 PCA의 중재 판정을 취소하는 근거가 된 겁니다.

남은 과제와 함의, 그리고 향후 전망

하지만 이번 판결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 자체의 행위는 국가 조치가 아니라고 봤지만,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관련 행위는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사건은 다시 PCA로 돌아가, 정부 부처의 개입 행위와 엘리엇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재판단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이는 향후 중재 절차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승소는 론스타 사건에 이어 정부가 ISDS 소송에서 거둔 두 번째 주요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취소 소송의 성공률이 극히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승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공공 기관의 일반적인 기업 행위를 이유로 남발할 수 있는 ISDS 소송에 대한 일종의 견제선을 설정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ISDS에 대응하는 체계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해 국제 분쟁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죠. 국민연금의 방대한 자금 운용이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 활동과 맞닿을 텐데, 이번 판결은 그러한 활동이 순수한 투자 판단의 영역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리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절차가 종결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거액의 배상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한 성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