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과 국가폭력 논의, 서훈 취소 조사와 시효 폐지로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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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30일 오후 12:49

발행: 2026년 3월 29일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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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4·3 방문과 국가폭력 시효 폐지 발언은 역사 해석과 법적 책임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촉발했다. 조선일보의 ‘남로당 반란’ 규정과는 대립되는 시각이며, 동시에 경찰은 고문·조작 가담 경찰관의 서훈 7만건 전수조사에 나섰다. ‘영구 책임’ 법제화는 이미 거부권으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실행 가능성과 사회적 합의가 과제로 남는다.

정면으로 맞선 두 개의 역사관

제주 4·3 사건 78주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방문은 역사 해석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다시금 표면으로 끌어냈습니다. 대통령은 평화공원 참배와 유족 오찬에서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민사 시효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는데요, 나치 전범을 영구적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발언은 국가에 의한 폭력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해석됩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 같은 접근을 비판하며 제주 4·3을 ‘남로당의 반란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2003년 국가 진상조사보고서의 결론과 상충하는 주장으로, 사건의 발단이 경찰과 우익 단체의 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북청년단의 현수막 논란과 더불어, 과거사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7만 개의 포상, 그 뒤에 가려진 것들

이런 논의와 동시에, 국가 폭력의 실행자들에 대한 청산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창설 이후 경찰관에게 수여된 약 7만 건의 정부 포상과 표창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고문이나 간첩 조작 등 불법 행위에 가담한 이들의 서훈 취소가 목표입니다. ‘고문 기술자’로 악명 높았던 이근안 전 경감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았으나 대부분 유지되고 있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탁 치니 억’이라는 말을 남긴 박처원 전 처장도 13개 이상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사는 국가 공권력의 남용이 오히려 공적으로 포장된 역사의 아이러니를 바로잡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국무총리 표창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군 보안사령부나 정보기관 소속 가해자들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도 함께 지적되고 있죠.

‘영구 책임’의 법제화, 가능할까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 폭력 범죄 시효 폐지 법안은 이미 한 번의 좌절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건데요, 이를 재입법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법무장관도 반인륜적 범죄에는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논의가 갖는 복잡성을 지적합니다. 해방 직후의 혼란기 사건까지 소급 적용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민주화 이후 과거사 문제는 대체로 ‘진실과 화해’ 원칙 아래 진상 규명과 국가 보상으로 접근해왔는데, 시효 폐지와 영구 책임은 이를 넘어 적극적인 심판과 처벌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논의가 어떻게 법적 틀을 갖추고, 또 다른 사회적 분열이 아닌 치유와 통합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