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건의 비극, 엇갈린 판결들
2026년 8월 25일, 전국에서 두 건의 아동학대 살해 사건 판결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전남 여수에서는 생후 4개월 된 아들 해든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의 무기징역에서 크게 감형된 결과인데요. 같은 날 대전에서는 생후 4개월 영아를 강하게 흔들어 바닥에 떨어뜨린 40대 친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방어할 힘 없는 갓난아기가 부모의 손에서 생명을 잃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판부의 이유와 법정 밖의 목소리
해든이 사건 재판부는 범행이 비인간적이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 후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한 점, 산후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한 점 등을 감형 이유로 들었습니다.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관한 친부에게는 원심과 동일한 징역 4년 6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 근절 단체 프리해든스를 비롯한 시민들은 이번 판결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피해 아동의 몸에서 23곳의 골절과 뇌출혈, 복강 내 대량 출혈 등이 확인됐음에도 살해 고의가 낮다고 본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가 교화와 갱생의 여지를 강조한 반면, 시민사회는 아이의 고통이 제대로 헤아려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비극 막으려면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대전 사건에서도 친부는 경제적 불안과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다수의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대전고법은 원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다며 징역 6년을 유지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부모의 정신적 고통과 열악한 육아 환경이 비극으로 이어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에 프리해든스 등 시민단체는 생후 24개월 미만 영아의 건강검진 의무화를 담은 법안 제정을 국회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범죄 발생 뒤의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처벌 강화와 함께 아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이를 잃은 두 가정의 슬픔은 같지만, 법정의 결론과 국민의 요구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판결 이후에도 사회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