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첨단 제조업이 반도체 메모리 분야를 제외한 다수 영역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며, 양국의 경쟁 구도가 본격적인 '구조적 경쟁'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와 정부의 기술 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로봇,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물론 AI 칩 설계 등 반도체의 미래 핵심 기술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한중 간 기술 격차는 단순히 좁혀지는 수준을 넘어, 일부 분야에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알고 보면 더 이상 '추격'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한중 기술 경쟁은 한국이 앞서가고 중국이 뒤쫓는 '추격형' 구조로 이해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평가들은 그런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벌렸을 뿐만 아니라, AI 기반 제조,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는 빠른 실증과 시장 확산을 통해 오히려 선점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 모방이 아닌 자체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한 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죠. 반도체 분야에서도 상황은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이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AI 반도체 설계, 전력 반도체, 차세대 센싱 기술 등 '미래를 장악할'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우위와 숨겨진 위기
당연히 한국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한 것처럼, 메모리 반도체의 양산 기술과 수율 관리 능력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입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축적된 깊이 있는 기술력도 중요한 자산이죠. 문제는 산업의 판을 짜는 전략 기술과 미래 시장에서의 주도권입니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집중 지원 아래, 첨단 분야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계 기반의 경쟁은 단일 기술 우위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적인 도전과제를 던집니다. 가격 경쟁력 하나만 봐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경쟁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K-제조'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합니다. 첫째는 '초격차 기술'의 확보입니다. 단순히 따라가는 것을 넘어, 세계가 인정할 만한 독보적인 기술 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죠. 둘째는 중국의 거대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쟁적 협력' 모델입니다. 적으로만 보기보다는, 그들의 시장과 공급망을 우리의 기술력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연구원이 제안한 'M·AX 전략' 과 같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이는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AI를 접목해 효율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형 모델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미국, EU 같은 선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공략하는 전략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결국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기존의 강점을 지키는 수세적 태세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공세적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