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의약품 도매까지? '닥터나우 규제' 논쟁의 본질은 이해충돌 방지

히의병메
5개의 관련 기사

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5일 오전 6:51

발행: 2025년 12월 15일 오전 6:51

요약 생성중...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복지부)는 플랫폼이 유통에 관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이해충돌과 처방 왜곡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플랫폼과 대통령실은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핵심 쟁점은 '약국 뺑뺑이 해결' 대 '의약품 정보 공개'의 효용성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규제의 적정선을 찾는 문제다.

대통령실까지 우려한 '제2의 타다금지법' 논란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대통령실의 우려 속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보류되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법안이 특정 플랫폼의 사업 모델을 원천 차단하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는데요. 이에 보건복지부는 법안의 본질이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관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도매상 겸영, 왜 문제가 되나?

복지부가 문제를 삼는 지점은 플랫폼이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의약품 유통의 이해 당사자가 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직접 도매상을 운영하면, 자신이 유통하는 의약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조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마치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과 유사한 이해충돌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강준혁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플랫폼이 이미 의사와 약사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비대면 진료와 배송을 연결하는 핵심 경로로 자리 잡은 플랫폼이 도매까지 겸영하면, 그 영향력이 처방약의 선택과 유통 경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닥터나우가 현재 취급하는 의약품은 시중에 유통되는 약 3만여 개 품목 중 90여 개에 불과합니다. 특정 약품 위주의 유통이 처방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뺑뺑이 해결한다" vs "정보 공개면 충분"

플랫폼 측과 의료계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닥터나우를 비롯한 플랫폼은 자신들의 도매업 참여가 '약국 뺑뺑이' 문제, 즉 환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여러 약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결할 핵심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중앙의 물류 시스템을 통해 약국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환자 편의가 크게 향상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복지부와 의료계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약국 뺑뺑이 문제의 해결책은 플랫폼의 도매업 참여가 아니라, 각 약국이 보유한 의약품 재고 정보를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보만 공개되어도 환자는 가까운 약국을 찾아갈 수 있고, 이는 플랫폼이 물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가능한 해법이라는 입장입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플랫폼의 난립과 의약품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규제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규제의 적정선을 찾는 고민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규제의 적정선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우려는 명확합니다. 과도한 규제가 혁신적인 신산업의 성장 자체를 저해하는 '타다 사태'의 재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기술을 통한 환자 편의 증진과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플랫폼의 긍정적 역할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규제를 주장하는 측의 근본 논리는 '공공의 건강과 안전'입니다. 의료와 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공공의 이익과 직결된 특수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현재 법안은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 여야와 정부 내부(복지부, 산업부 등)에서 중재안을 모색하는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번 논쟁은 단순히 한 플랫폼의 사업 모델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기술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경제 속에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는 규제의 프레임을 어떻게 설계할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