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원 돌려주는 삼성전자, 시장은 왜 실망했나
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올해 최대 110조 원을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 역사상 단일 연도 기준 가장 큰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인데요. 하지만 정규장에서 3.87% 급등했던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3.7% 하락했습니다. 이런 엇갈린 반응은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처럼 공격적인 자사주 소각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겁니다. 물론 3분기에 30조 원의 현금배당은 확정되었고 나머지 55조에서 75조 원의 활용 방식도 내년 1월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다만 주가 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불분명하다 보니 차익 실현 매물이 먼저 쏟아진 것이죠.
SK하이닉스와 다른 환원 방식
사실 이번 발표는 앞서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한 SK하이닉스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3개월간 보통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주가에 탄력을 줬는데요. 반면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임직원 주식 보상분 등을 우선 공제한 점이 시장의 아쉬움을 키웠습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실시하는 30조 원 현금배당은 최근 5년간 정규배당의 3배 수준으로, 주당 약 4,500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와 별도로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15조 원 매입도 의결됐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주주 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은 FCF의 절반인 130조 원 가량을 기대했는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테일러 팹 등 선제적 설비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환원 규모가 다소 적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양사 환원, 원화값도 흔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환원 정책은 주식 시장만 움직인 게 아닙니다. 두 기업이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외환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연내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환율 하락 효과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다시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는 역송금 수요가 발생하면 상쇄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원화 강세는 외국인들의 환차손 우려를 줄여 증시 복귀를 돕고, 수입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30만 원 안착과 반도체 양사의 주가 재평가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은 이제 정규장으로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