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로나의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이 개막했습니다. 동계 패럴림픽 5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대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처음으로 개회식을 열어 역사적 의미를 더했지만, 국제 정세의 냉기가 스포츠 축제 위로 깔린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기 사용 복귀와 이란의 불참, 여러 국가의 보이콧으로 개회식 행진에는 선수 대신 자원봉사자들이 국기를 드는 장면이 이어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56개국 612명의 선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79개의 금메달을 두고 열흘간의 뜨거운 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정치적 파장 속에서 피어난 성화
개막식 전부터 대회를 뜨겁게 달군 건 정치적 논란입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징계를 받았던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회원 자격을 복권시키면서, 두 나라 선수단은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이후 12년 만에 자국 국기를 들고 공식적으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체코, 에스토니아 등 7개국은 정치적 이유로 개회식 보이콧을 선언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정부 인사 파견을 보이콧하는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있었습니다. 한편, 중동 정세 악화를 이유로 이란이 선수 안전을 우려해 대회 불참을 통보하면서, 개회식에서 이란 국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55개 참가국 중 29개국만 선수단을 보냈고, 나머지 국가들의 입장은 자원봉사자들이 대신하게 되면서 다소 차분하고 이색적인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도전과 현황
한국 선수단은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스노보드, 휠체어컬링 5개 종목에 선수 20명을 포함해 총 56명의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목표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개회식에서는 노르딕스키의 김윤지 선수와 휠체어컬링의 이용석 선수가 영상 속 기수로 등장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고, 스노보드 이충민, 알파인스키 박채이 선수 등도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이미 치열한 승부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휠체어컬링 믹스더블에 나선 이용석·백혜진 조는 예선 4차전에서 중국에 6-10으로 패배하며 2승 2패를 기록 중입니다. 초반 팽팽한 접전 끝에 동점을 만들었지만, 마지막 엔드에서 실수가 나오며 아쉽게 무너졌는데요. 남은 라운드 로빈 예선에서 승리를 거둬 상위 4팀에 들어가는 준결승 진출이 남은 과제입니다. 한국의 메달 희망은 노르딕스키 김윤지, 휠체어컬링 혼성팀, 알파인스키 최사라 선수 등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패럴림픽의 진정한 의미
정치적 갈등이 표면에 부상했지만, 이 대회의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동계 패럴림픽이 1976년 시작된 지 50주년을 맞이한 만큼, 성화 점화식에서도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는데요.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두 개의 개최 도시에서 동시에 성화가 피어오르며 대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는 동계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개회식에서는 이탈리아 일렉트로닉 그룹 '메두사'의 공연과 장애인 DJ '미키 바이오닉'의 무대, 동계 패럴림픽 50년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 등 화려한 볼거리도 선보였습니다. 패럴림픽은 '평행(Parallel)'을 의미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경쟁하고 함께하는 스포츠 축제라는 본래의 정신을 상기시킵니다. 한국 선수단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첫 출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종합 16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8년 만의 메달 획득을 향한 이번 도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