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유럽의 여름'이 멸종한다
유럽에서 더 이상 시원한 여름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스페인의 평균 기온은 1960년대 이후 2도나 상승했고, 이후로도 10년마다 0.3도씩 꾸준히 오르는 추세입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안에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한증막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고는 더 이상 공허한 예측이 아닙니다. 2026년 6월 24일 영국 런던에서는 통근객들이 극심한 햇볕에 시달렸고, 7월 14일에는 프랑스 전역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르 보두에의 퐁텐블로 숲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기온 상승을 넘어 사회 기반시설 마비와 시민 보건 위기까지 현실화된 상황입니다.
7경원 경제를 흔드는 '핫 노멀'
폭염은 환경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거시적 변수가 됐습니다.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온난화로 인한 누적 경제 손실을 약 50조 달러, 한화 7경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극한 폭염이 반복되면 2030년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의 누적 GDP 손실이 5~7%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시아의 공급망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의류 공장들은 고온으로 인한 결근율 상승과 불량률 증가로 노동생산성이 최대 10%까지 떨어졌고, 세계은행은 이 같은 노동력 손실이 인도 GDP의 최대 4.5%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키스탄, 베트남 4개국은 2030년까지 수출 소득의 약 22%인 656억 달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업 현장과 AI까지 덮친 열파
첨단 산업도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AI 칩의 막대한 발열로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이 급증하고, 세계경제포럼은 관련 추가 비용이 2035년 810억 달러, 2065년 1680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냉각용 물 수요가 지역 사회의 물 부족 시기와 겹치면서, 구글과 오라클이 시설 가동을 중단한 사례처럼 운영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MSCI 분석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99.8%가 폭염 재무 위험에 노출돼 있고,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변화를 정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로 분류했습니다. 인도 오디샤주에 외부 기온과 무관하게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트리메트로 캠퍼스'가 들어서는 등, 산업 설계 기준 자체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