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대책, 공원을 대신 희생하나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지로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녹지 훼손과 토양오염이라는 복마전에 막혀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도심 공원을 주거지로 바꾸는 것이 과연 청년 주거난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버스 하우스나 고시원 환경 개선 등의 청년 주거대책은 주거 수준을 낮추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청년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서울 중심지의 인프라와 상징성을 갖춘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과 옛 미군 장교숙소 부지 등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특히 면적이 넓은 어린이정원 부지에만 최대 1만5600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단기간에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심각한 토양오염, 숨은 과제로 떠오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미래 세대의 녹지를 훼손하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공원의 일부만 활용한다는 논리가 향후 다른 구역의 개발 요구를 막는 원칙을 약화시켜, 결국 공원 전체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죠. 한 번 허물어진 공원 보호 원칙은 되돌리기 어렵고, 이는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심각한 토양오염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어린이정원 부지는 과거 환경조사 결과 비소가 기준치의 39.9배, 다이옥신이 34.8배를 초과하는 등 발암성 물질이 대량 검출되었습니다. TPH와 크실렌, 벤조피렌 등 유독물질도 기준치를 훌씬 넘었고, 위해성 평가 결과 주거지로서 부적합 판정까지 받았는데요. 정부는 주택 건설을 위한 굴착 과정에서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굴착만으로는 오염 범위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하수 오염과 주변 오염토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용산공원 대상지 전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철저한 정화 작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안은 없는 걸까
이런 가운데 정부는 용산공원 훼손 대신 3기 신도시 사업 가속화와 도심 정비사업, 공원 밖 유휴 국공유지 활용 등 실현 가능한 대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난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상징적인 장소의 개발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만약 용산공원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단순한 공급 물량 제시가 아니라 왜 반드시 이 땅이어야 하는지를 증명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