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지켜본 끔찍한 아침
지난 9월 1일 오전 7시가 넘은 시점, 경기 광주의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30대 현직 공무원 A씨가 별거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것인데요. 범행 당시 이들의 어린 자녀가 현장에서 모든 걸 지켜봤다는 점에서 참혹함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오토바이로 도주했지만, 같은 날 오전 수원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장을 받은 뒤 분노가 폭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나 양육권 분쟁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경찰은 이러한 범행 동기를 바탕으로 혐의를 단순 살인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변경했습니다.
숨어도 피할 수 없었던 이유
피해자는 A씨의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은신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여러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법원의 임시보호 명령까지 받은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이혼 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임시 거처 주소가 노출되면서 A씨에게 위치가 들어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보호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는 직접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 방식이라 긴급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고, 스토킹 범죄에는 있지만 가정폭력 사건에는 임시 전자발찌 제도가 없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썼음에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비극을 막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 무거워진 혐의와 남은 과제
경찰은 A씨에게 보복살인 외에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자녀 앞에서 살해 행위를 저지른 것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판단인데요. 또한 가정폭력처벌법 위반과 특수주거침입 혐의까지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보복살인이 인정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법리적으로 한 가지 쟁점은 있습니다. 보복살인은 형사사건 관련 고소나 진술에 대한 보복으로 인정되는데, 이혼 소송은 민사 절차라는 점입니다. 경찰이 과거 가정폭력 신고 이력과 연계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이 혐의가 인정될지 주목됩니다. 검찰 보강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질 A씨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그리고 비슷한 피해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제도 보완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