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유가 100달러 재돌파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예멘 후티 반군의 유조선 공격 등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심화되었는데요. 지난 23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69달러까지 치솟으며 올해 5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습니다.
유가 급등은 즉각적으로 국내 증시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7월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2% 하락한 6,690선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인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10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중 낙폭이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리터당 1,866원까지 오르며 상승 조짐을 보였습니다.
물가 자극에 금리 인상 압력까지
이러한 고유가 현상은 국내 물가 상승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하며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인데요.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리면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했으며,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8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을 키우는 만큼, 경제 전반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9월 말까지 연장하고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는 등 가격 안정 대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유 업계는 최고가격제로 인한 누적 손실이 이미 3조 원대에 달한다며 정책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GS칼텍스는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년 만에 베네수엘라 원유 11만 배럴을 도입하며 원유 수입 다각화에 나섰습니다.
에너지 투자는 '불장'... 실물 경제는 '악재'
유가 상승이 실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반면, 금융 투자 측면에서는 기회로 작용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TIGER 미국원유Enhanced(H)는 25.6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원유 선물 ETN들은 60%가 넘는 급등세를 보이며 이달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관련 ETF로는 단기간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몰리며 에너지 섹터에 대한 투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과 맞물려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와 수출 둔화 등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는데요. 특히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교역 조건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 불안이 단기적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한국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