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실을 지키지 않은 선장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선장의 부재에서 시작됐습니다. 60대 선장 A씨는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는 3시간 30분의 항해 동안 단 한 번도 조타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고 지점인 족도 인근은 폭 740m의 협수로로, 선원법상 선장이 직접 조종을 지휘해야 하는 위험 구간이었습니다. 선장은 위험 수로 통과 의무를 방기하고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자동운항에 의존한 항해사들
조타실에서는 일등항해사 B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C씨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항해기록장치 분석 결과, 협수로 구간에서도 자동운항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직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등항해사는 좌초 13초 전에야 족도를 발견하고 조타수에게 키 전환을 지시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해경은 "평소라면 3분 전에 방향을 바꿔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선원 모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운항에 집중하지 않아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관제 시스템의 한계
사고 당시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대응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VTS 관제사는 여객선의 항로 이탈을 제때 인지하지 못했고, 경보 시스템도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관제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있습니다. 목포 VTS의 관제 범위는 성남시 면적보다 넓은 352㎢에 달하는데, 관제사 2명이 1시간 30분 교대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VTS 관제 면적은 2.3배 증가했지만, 관제사 인력은 1.8배만 늘어나 1인당 담당 해역이 오히려 넓어졌습니다.
복합적 과실의 연쇄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 전체의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선장의 지휘 부재, 항해사들의 부주의, 관제 시스템의 한계가 겹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해경은 VTS 관제사 3명을 조사하고 있으며, 한 관제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도 진행 중입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267명 전원이 구조되었지만,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번 사고는 해상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