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이 남긴 대출 규제
지난 상반기 주식 투자 열풍이 빚투로 번지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났습니다. 6월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타대출은 3조 4,658억 원 증가했는데, 은행들이 미리 정한 목표치인 1조 924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은 목표의 8.2배, 하나은행은 8.9배까지 대출을 집행하며 과열 신호가 뚜렷했습니다.
결국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부터 한도를 끌어내렸습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절반 축소했고, 다른 은행들도 모집인 채널 접수를 중단하거나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NH농협은행은 기타대출을 줄였지만 주담대가 1조 6,954억 원 늘어나며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연간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비은행권으로 옮겨간 풍선효과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자금 수요는 자연스럽게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빠졌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비은행권의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10조 5,445억 원 늘어난 148조 12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증가액인 5조 6,555억 원의 1.8배에 이르는 규모였죠.
월별로 보면 1월 3조 5,563억 원, 2월 3조 901억 원, 3월 3조 1,866억 원이 연달아 쏟아지며 통계 집계 이래 월별 증가액 1~3위를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은행권에서 집단대출이 많이 취급됐고, 이미 승인된 물량이 실행되며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4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으면서 비은행권 관리도 함께 강화됐고, 4월 증가액 2조 7,021억 원, 5월 7,546억 원으로 증가세가 궤도를 잡아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수요자 사이로 번지는 부담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입니다. 계약과 잔금을 코앞에 둔 차주들 사이에서는 "어디서든 대출 접수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1.5%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시장 자극을 경계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공급대책과 함께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과열은 잡되 서민 주거 안정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일이 남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