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 정책의 기로에 서다…복제약 가격 논쟁과 산업 미래

뉴팜
2개의 관련 기사

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5일 오전 6:49

발행: 2026년 3월 5일 오전 6:49

요약 생성중...

국내 제약 산업이 정책의 기로에 섰습니다.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계획과 낮은 복제약 가격은 단기적 의료비 절감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산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가격 체계 설계와, 성분별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정책 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책 조정에 업계가 숨죽인 까닭

한국 제약 산업이 중대한 정책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약품 일괄 가격 인하(약가 인하) 계획에 대해 업계 전반에서 냉랭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해외 A8 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캐나다)의 평균 약가를 반영한 조정안 도입론이 급부상하며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가 이미 낮은 의약품까지 무차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한국 제약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약품들을 보면 해외 대비 가격 격차가 성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약은 A8 국가 평균보다 훨씬 저렴한 반면, 또 다른 약은 오히려 더 비쌀 수 있어 일률적인 인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약업계는 2012년 일괄 인하 당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무분별한 가격 경쟁만 재연될까 봐 걱정입니다. 복지부는 일괄 인하 후 해외 약가를 재평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A8 평균가를 참고해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선택, 그리고 한국의 현실

이런 와중에 주목할 점은 이웃나라 일본의 정책입니다. 일본은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원가 대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약사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신약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할 여력을 남겨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은 값싼 복제약 공급과 혁신적인 신약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가격 체계 자체를 장기적인 산업 육성 관점에서 설계한 셈이죠.

반면 한국의 복제약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당장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복제약 생산과 판매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결국 단기적 재정 절감과 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 정책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낮은 복제약 가격이 신약 개발을 위한 모태 자금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화를 찾아가는 길

현재 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할 합리적인 착지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함께 국내 제약산업의 혁신 R&D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마련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핵심은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래 신약 개발의 싹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분별, 제제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선별적 조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미 가격이 충분히 낮아 추가 인하 여력이 없는 약품은 보호하고, 해외 대비 가격 거품이 있는 약품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결국 성공적인 정책이란, 재정 절감이라는 한쪽 목표만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해법을 찾는 데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중론이 확산되면서, 일괄 인하안의 시행 시점이 내년 1월로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더욱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