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뒤집힌 종부세 안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방향을 돌렸습니다. 당초 비거주자 기본공제액을 12억에서 9억으로 낮추고 세부담 상한선을 150%에서 200%로 올리기로 했으나, 부동산 민심 악화를 이유로 기존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겁니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정부 발표를 믿고 급하게 집을 내놨던 소유주들입니다. 서울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는 최근 28억 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평형 직전 거래가가 31억 원이었던 만큼 시세보다 3억 원이나 싸게 팔렸습니다. 정책이 한 달 만에 뒤집히면서 급매를 내놨던 집주인들만 손해를 본 셈인데요. 시장에서는 이미 회수된 매물들의 호가가 1억~2억 원씩 오르고 있어, 당시 급매를 선택한 사람들의 후회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거주 중심 정책과 정부의 고육지책
정부는 비거주자 공제를 유지하면서도 실거주자 혜택은 계속 차등을 두겠다는 방침입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실거주 중심 주택시장 정착을 정부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는데요. 실거주자 기본공제는 14억 원으로 확대하고, 비거주자는 기존 12억 원을 유지해 2억 원의 차등을 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고가 주택의 경우 세부담 상한선이 150%로 묶여 있어 실거주자와 비거주자가 내는 세금이 같아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포자이 84㎡의 경우 비거주자 보유세가 원래 3,318만 원에서 2,641만 원으로 줄어 실거주자와 동일해졌습니다. 이형일 후보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되,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부처 간 소통을 위해 경제현안간담회를 신설하고 녹실회의를 부활시키겠다고 덧붙였죠.
시장은 "버티면 바뀐다"고 배웠다
정책의 빠른 방향 전환이 낳은 가장 큰 부작용은 시장 심리의 변화입니다. 강남 일대 공인중개소에서는 이미 "버티면 결국 집값은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합니다. 세제 완화 소식에 급매를 회수하고 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정책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이번 철회가 납세자에게 버티면 바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는데요. 세제 설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정부가 입법 주도권을 포기하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조정은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라,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매수와 매도가 엇갈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