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은행 된다"…강남 아파트에 퍼지는 매도인 대출 논란

경아뉴파
9개의 관련 기사

3달 전 수정 · 2026년 7월 30일 오전 4:33

발행: 2026년 7월 30일 오전 1:36

요약 생성중...

대출 규제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 방식이 시장에 알려진 뒤 공개적으로 매물 조건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금융당국은 이를 사인 간 거래로 규정하며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대출 규제 우회 및 부동산 불평등 심화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은행이 되는" 새로운 거래 방식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셀러 파이낸싱', 다시 말해 '집주인 대출'이란 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의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인에게 약 17억 7천만 원의 잔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방식이 알려지면서부터인데요. 이 거래는 대출 규제 속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매수인과 집값을 지키려는 매도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 이 방식은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이미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에서는 매매가 29억 원 중 10억 원만 준비하면 나머지 19억 원을 집주인이 대출해주는 조건의 매물이 나왔고, 강남구 자곡동 아이파크에서도 6억 원의 집주인 대출을 내걸은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강남의 고가 주택 거래에서 매도인 대출은 더 이상 생경한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거래 옵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사이에서 찾아낸 공생의 띠

셀러 파이낸싱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빌려준 뒤, 해당 금액만큼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매수인은 계약금과 일부 잔금을 먼저 내고, 남은 금액에 대해 연 4~8%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며 약정된 시점에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입니다. 상환 기간은 통상 1년 안팎이지만, 최대 4년까지 협의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거래가 늘어난 데는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한몫했습니다. 특히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거나 25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매수인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틈을 타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손을 잡게 된 것입니다. 매도인은 호가를 낮추지 않고 거래를 마무리하면서 이자 수익까지 얻을 수 있고, 매수인은 은행 문턱을 넘지 않고도 매입을 성사시킬 수 있어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규제의 사각지대, 혹은 시장의 자율

이러한 거래 방식을 두고 입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사인 간의 사적 거래로 규정하며 여신 대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에서 해당 거래가 적법하고 투명하게 공개된 방식이라며, 금융위나 금감원이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를 대출 규제를 우회한 초현실적 거래라고 비판했으며, 청년층과 서민은 엄격한 대출 규제로 주택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가들만 누릴 수 있는 편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강남 3구에서 20~30대 매수자의 증여 및 가족 차입 비율이 크게 늘어난 반면,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감소하는 등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이터도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 자극 우려로 전반적인 대출 규제 완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실수요자와 서민, 청년층을 위한 핀셋 지원은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출 규제와 시장 수요의 충돌 속에서 셀러 파이낸싱은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쟁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