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최고 실적에도 'AI 거품론' 시장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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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23일 오전 6:01

발행: 2025년 11월 22일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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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사상 최고 실적 발표에도 뉴욕 증시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암호화폐 시장 불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순환거래 구조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투자자들은 기술주에서 헬스케어와 인프라 주식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AI 버블 논란과 연준의 불확실한 금리 정책 속에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호실적에도 불구한 주가 하락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3분기 매출 570억 달러, 주당순이익 1.3달러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536조원이 증발하는 충격을 맞았습니다. 젠슨 황 CEO는 내부 회의에서 "실적이 좋으면 AI 버블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뉴욕 증시는 S&P 500 지수가 1.95% 하락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74% 떨어지는 등 격동의 한 주를 보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직후 5% 상승했던 주가가 결국 3.15% 하락으로 마감하며, 장중 고점 대비 낙폭이 8%에 달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레버리지와 암호화폐의 이중고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이번 조정장의 배경에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증권 계좌의 차입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33% 폭락하면서 마진콜이 발생했고, 이는 기술주 투매로 이어졌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어 온라인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이달 들어 26.9% 하락했고,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30% 떨어졌습니다.

사모신용 시장에서도 부채 문제에 직면한 기업들이 등장하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담보대출업체 트라이컬러와 자동차 부품공급사 퍼스트브랜즈 등의 파산 신청은 부실 대출 관련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의 상황과 유사점을 지적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순환거래 구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순환거래 구조가 본격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MD 또한 오픈AI와 AI 칩 판매 계약을 맺고, 오픈AI가 AMD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는 등 기업들이 서로 고객이자 투자자로 얽히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위브 역시 엔비디아와 유사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 5%를 보유하면서 동시에 칩을 공급하고 있으며, 코어위브가 팔지 못한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2032년까지 전부 매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이 자금력이 부족한 통신사의 설비 투자에 자금을 지원했던 '벤더 파이낸싱'과 유사하다고 지적합니다.

새로운 투자 흐름의 등장

기술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새로운 안전자산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섹터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며, 비만 치료제 열풍을 주도하는 일라이 릴리의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합류했습니다. 솔벤텀, 리제네론 등 다른 헬스케어 종목과 경기 방어주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올스테이트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전문가들은 AI 테마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투자 대상을 다변화할 것을 권고합니다. JP모건은 AI가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확장이 장기적인 '인프라 슈퍼사이클'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며, 발몬트, 미리온 등 관련 기업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습니다. AI 생태계의 성장이 결국은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시장의 선택

연준의 분열된 목소리 또한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내부 이견을 확인했으며, 월러 이사와 제퍼슨 부의장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12월 FOMC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가 모든 곳에 침투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치지만,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 매출의 61%가 4대 주요 고객사에서 발생하며, 이들 고객사 중 아직 AI로 수익을 내는 곳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눈부신 실적 뒤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성에 주목하면서도, 동시에 AI 기술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계속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