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보복과 여학생의 죽음
2019년 4월, 방글라데시 페니 지역에서 19세 누스라트 자한 라피는 학교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가해자인 전직 교장 SM 시라즈 우드 다울라는 구치소에서도 지인을 동원해 고소 취하를 협박했고, 거부당하자 보복을 지시했습니다. 결국 공범들은 라피를 학교 옥상으로 불러내 등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고, 전신 80%에 화상을 입은 라피는 나흘 뒤 숨졌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 법원은 다울라와 지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공범 14명 중 4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10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재판부는 주범의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보며 원심의 사형 판결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잔혹한 범행 뒤에 남은 것
범행은 단순 살인을 넘어선 잔혹성을 보여줍니다. 공범들은 얼굴을 가린 뒤 옥상으로 유인했고, 피해자가 고소를 철회하지 않자 즉각 불을 질렀습니다. 교육자가 제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른 셈입니다.
이 사건은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가해자 처벌과 여성 인권 보호를 외치는 시위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판결이 나온 지금도 피해자 가족은 보복 위협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정부에 안전 보장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정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피해 가족의 고통이 끝난 건 아닌 셈입니다.
낮아지지 않는 폭력의 그늘
사실 이번 사건은 방글라데시 여성 폭력의 빙산에 불과합니다. 유엔인구기금 조사에 따르면 해당국 여성의 76%가 평생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했고, 배우자에 의한 신체·성폭력 경험률도 54%에 달합니다. 피해 상당수는 폭력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데, 이는 신고 자체가 추가 위협이 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국제 지표에서도 상반된 모습이 보입니다. 정치 참여 확대로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는 24위를 기록했지만, 성불평등지수는 125위, 여성·평화·안보지수는 155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법과 제도가 갖춰지고 정치적 대표성이 늘어나도 일상의 안전과 실질적 권리 보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교육자가 제자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 앞에서 방글라데시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