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대신 맞선 강경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했지만, 평화 협상은 시작도 전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의 중재 요청을 수용해 휴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러나 이번 연장은 ‘무기한’이 아닌, 이란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조건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내부적으로 협상파와 강경파로 분열되어 단일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에게 3~5일의 시간을 준 셈이죠.
하지만 이란 측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고 규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속하는 해상 봉쇄가 계속될 경우, 무력으로 봉쇄를 해제하겠다는 강경한 경고까지 내놨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핵 및 미사일 역량에 관한 사안은 절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협상의 기본 전제는 미국의 ‘적대적 행위’ 중단과 피해 배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터져 나온 '엉망진창' 지적
이처럼 협상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도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내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두고 "완전히 엉망진창"이라고 토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혼란스러운 의사결정 방식 때문에 최측근 참모들조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행정부 내 의사결정 절차가 마비되고 소수의 측근만이 논의에 참여하면서, 이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나 목표가 설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내부적 혼란은 협상 진행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2차 종전협상은 이란 측의 막판 불참으로 무산되었습니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의 출국도 이에 따라 보류되었죠. 일부 보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무기한 핵 동결과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에 동의했다는 발언이 사실과 다르며, 이로 인해 이란 내 협상파의 입지가 약화되고 불신만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가장 큰 장애물은 양국 간, 특히 이란 측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증시·유가 출렁…'TACO 거래'에 기대는 시장의 모순
정치·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 국제 금융시장은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2차 협상 결렬 소식과 함께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후보자의 매파적 발언이 겹치며 뉴욕 증시는 하락했고, 국제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직접 연결된 것이죠.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유가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며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전쟁 발발 이후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모순된 모습도 있습니다. 일부 월가에서는 이 현상을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거래’로 설명하는데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시장의 격변을 참지 못하고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반영된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낙관론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은 연장했지만,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는 조금도 풀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기다림의 게임’에서 어느 쪽이 먼저 한계에 부딪힐지가 새로운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