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을 괴롭히는 대기업의 유행 모방
한 자영업자가 개발한 간식 ‘두쫀쿠’가 불과 몇 달 만에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피스타치오 소스와 카다이프, 초콜릿 마시멜로 반죽을 조합한 이 쫀득한 쿠키는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카페와 제과점, 심지어 순댓국집과 감자탕집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다양한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죠. 하지만 이 유행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파리바게뜨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업체들이 ‘두쫀쿠’를 비롯한 유사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자, 처음 유행을 만들어낸 소상공인들은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섭니다. 대기업은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브랜드 파워로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소량 구매로 인해 재료 단가가 높은 데다, 마케팅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죠. 한 노점상 주인은 지난해 대비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두쫀쿠’ 제작 재료를 처분하는 글이 늘어나는 것도, 더 이상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거나 전환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물류 지형까지 바꾼 피스타치오 수송 전쟁
‘두쫀쿠’ 열풍의 영향은 가게 매출을 넘어 하늘길까지 확장됐습니다.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의 수입 경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주로 선박을 통해 수입되던 피스타치오가, 최근에는 항공 운송 비중이 해상 물량의 70%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기업을 포함한 업체들이 재료 확보를 위해 신선도와 속도를 중시한 항공 운송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칸의 20% 이상을 피스타치오가 차지하는 이례적인 사례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기존 항공 화물 시장의 관행을 깨뜨렸습니다. 일반적으로 항공으로 운송되는 식재료는 랍스터나 고급 과일처럼 신선도가 생명인 프리미엄 상품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비교적 장기 보관이 가능한 피스타치오나 관련 가공품이 대량으로 비행기에 실리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죠. 이미 수개월 치의 항공 운송 계약이 체결될 만큼 수요가 안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간식 열풍이 물류 흐름에까지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골목 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
‘두쫀쿠’ 현상은 단순한 푸드 트렌드를 넘어, 한국의 골목 경제와 프랜차이즈 대기업 간의 힘의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자영업자 측에서는 대기업이 유행을 선도하고 소상공인이 그 뒤를 따라야 건강한 시장 구조라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더 좋은 맛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시장의 초기 활력을 만들어낸 주체가 결국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향후 전망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기업의 자본과 효율성 앞에서 소상공인만의 경쟁력으로 버티기란 여전히 힘든 싸움이죠. 다만, 이번 사례를 통해 유행의 수명이 짧은 푸드 트렌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자영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소비자들도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가게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소비 습관이 골목 상권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두쫀쿠’ 열풍은 소비 트렌드의 생성과 소멸 과정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