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을 둘러싼 서울의 갈림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만났지만,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문제를 두고는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을 마련해 주자는 입장인데요. 반면 서울시는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지 축을 지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한 건의 개발 사업을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용산공원은 미군기지 반환 이후 수십 년간 서울 시민들이 기다려 온 공간이기도 하고, 동시에 서울 도심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국유지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이곳을 주택 공급지로 주목한 이유는 별도의 토지 보상 절차가 필요 없다는 현실적인 장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땅이 가진 상징성만큼이나 쟁점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법과 땅, 그리고 정치
현재 용산공원 개발을 가로막는 건 법적·환경적 장벽들입니다. 2007년에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본체 부지의 용도 변경을 금지하고 있어, 개발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부지의 토양 오염 문제도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금속과 기름 등으로 오염된 흙을 정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미군과의 비용 부담 협의도 남아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사안이 여야의 입장을 뒤바꿔 놓았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녹지 보존을 외치던 민주당 계열이 개발 쪽으로 기울고, 개발에 우호적이던 국민의힘 계열이 보존을 주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나 서리풀지구 사례가 거론되면서, 주거 문제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해석이 앞서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서울시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캠프킴이나 외교부 주차장 개발은 정부가 원하는 공급량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청년 주거와 미래의 녹지
정부는 용산공원의 일부 부지만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한 번 원칙이 깨지면 향후 공원 내 다른 구역의 개발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장교 숙소 5단지나 옛 방위사업청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공원 보호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이 청년 주거난의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토양 정화와 법 개정,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등을 고려하면 실제 주택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텐데요.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나 도심 정비사업, 공원 밖 유휴 국·공유지 활용 등 실현 가능한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당장의 주택 공급과 미래 세대의 녹지 사이에서 어느 쪽을 우선할 것인가의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정부가 이 땅의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왜 반드시 용산공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