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체중 절반에 그친 7개월 영아
대전에서 20대 부부가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부부는 별다른 직업 없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갓난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일이 반복되었는데요. 사망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3kg대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생후 7개월 남아의 평균 표준 체중 8kg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영양실조와 탈수로 확인되었으며, 아이가 사실상 굶어 죽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꼬박꼬박 입금된 1,200만 원과 작동하지 않은 발굴 시스템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부모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복지급여를 빠짐없이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아이가 숨진 달까지 지급된 금액은 부모급여와 첫만남이용권,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등을 합쳐 총 1,217만 원에 달합니다. 심지어 아이가 숨진 7월에도 110만 원이 넘는 수당이 정상적으로 입금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부모 계좌에서는 PC방 이용료와 게임 결제 내역이 다수 확인되었으나, 다른 수입원이 함께 있어 지원금이 직접적으로 유용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아이가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7개월 동안 정부의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과 복지사각지대발굴시스템 모두 이 가정을 위험 대상으로 포착하지 못했는데요. 이 아동이 과거에 영유아 건강검진과 필수 예방접종을 한 차례 받은 이력이 있어 행정 데이터상 이상 징후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정상이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던 셈입니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신고 이력도 없어 경찰의 조기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면 확인과 예방 체계를 담은 제도 개선 목소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육수당을 기계적으로 입금하는 현행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생존 여부와 안전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대면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민단체 프리해든스는 생후 24개월 미만 영유아의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고, 미수검 시에는 수당 지급을 정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문자와 전화 안내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가정 방문을 통해 아동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 아동 발굴 체계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부모 교육과 다각적 지원을 층층이 마련해 여러 차원에서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예방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비극은 복지 사각지대가 수급 누락 가정뿐 아니라 정상 수급 가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아동복지 정책이 누가 돈을 받는가가 아닌, 아동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