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모인 정치권의 예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월 31일 경북 포항성모병원에 마련된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 빈소를 찾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깊은 애도를 표한 것인데요. 당초 대법원은 가족장을 치른다며 외부 조문을 사양했지만, 청와대는 국가 5부 요인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강 실장의 방문을 결정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유가족의 슬픔 속에서도 빈소를 나와 강 실장을 배웅하며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장형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동행했고, 대통령 명의의 조화도 빈소에 전달되었습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당 전체에 예우를 갖출 것을 지시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예정했던 전체회의를 취소하고,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시기에 장례 예우가 먼저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입니다.
대법관 갈등과 맞물린 조문
이번 조문이 주목받는 건 단순한 애도 차원만은 아닙니다. 현재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28일, 절차적 미비를 이유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달리 이흥구 대법관 후임인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은 정상적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차등 대우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이 헌법 제104조에 따른 고유 권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회 법사위의 긴급 현안질의 요구에도 불출석 의견서를 내며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들어 맞서고 있습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역시 사법부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각각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 실장이 빈소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유가족의 슬픔을 고려해 말을 아낀 점도 이런 민감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관 공백과 향후 전망
조 대법원장은 이번 주 중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부친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쉬 가지 않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이미 비어 있고,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 대법원장의 결단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사법부 구성원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사법 정상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다만 장례가 끝나는 순간,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헌법적 권한 경계 다툼은 다시 표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임명권을 헌법적 의무로 판단한 전례가 언급되고 있으나, 대법관 임명 절차의 특수성 때문에 해당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