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조 원 슈퍼예산, 반도체 호황이 이끈 역대 최대 지출
정부가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은 규모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총지출이 820조 9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93조 원이나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급증하면서 세수가 88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이 여력을 미래 투자에 쏟아부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21조 3천억 원을 배정했고, 청년과 지방 성장을 위한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추가 세수 162조 원으로 조성된 미래대응기금은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중 45조 원은 청년과 성장동력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는 재정 안정성을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성장동력은 두 배 늘렸는데, 복지와 교육은 뒷걸음질
문제는 예산 증가율이 산업 중심으로 쏠려 있다는 점입니다. 산업과 중소기업 예산은 29.7%나 급증한 반면, 보건·복지·고용은 9.3%, 교육은 10.8%에 그쳤습니다. 전체 지출 증가율인 12.8%를 밑돈 셈인데요. 이 때문에 양극화 완화와 내수 진작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초연금 개편안 역시 소득 하위 30%에게만 추가 지급하고 상위 계층은 동결하는 내용이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은 졸속 개편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계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연동제 폐지를 두고 강력히 반발하며 국회 앞 농성까지 예고했습니다.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취지와 달리, 현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나랏빚 1,500조 시대, 재정 선순환을 보장할까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0.1%까지 낮추고 국가채무비율도 48.3%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년 나랏빚은 1,519조 원에 달하고, 2030년에는 총지출이 1,0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한 번 늘어난 정부 지출은 줄이기 어렵기에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정부가 국회 승인 없이 일부 지출을 변경할 수 있게 하려는 절차를 두고 국회의 예산 통제권이 약화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아니면 이런 대규모 확장 재정은 불가능합니다.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선 성장동력 투자만큼 구조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