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에서 피고인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폭로하며 내란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번에는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는 지난 8월 19일 홍 전 차장과 조태용 전 국정원장, 황원진 전 2차장, 김남우 전 기조실장 등 국정원 지휘부 4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는데요. 여기에 계엄 당시 서강대교에서 병력 진입을 막았던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대령도 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과거 내란 특검에서 무혐의를 받았던 인물들이 일제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소는 이들이 과거 조은석 1차 내란특검 수사에서 내부고발자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상황과 정반대되는 결과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달라진 특검의 판단
종합특검이 제시한 혐의 내용은 구체적입니다. 조태용 전 원장은 계엄 당시 직원들에게 을지연습대로 수행하라고 지시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계엄을 옹호하는 취지로 설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홍장원 전 차장은 국군방첩사령부와 경찰청 사이에 연락망을 구축하고 상황실에 인원을 파견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실무관 다이어리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특검은 설명했습니다. 황원진 전 2차장과 김남우 전 실장도 각각 합동수사본부 인원 파견 검토 및 계엄상황실 인원 선발 지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성현 전 대령의 경우는 더욱 복잡한데요. 과거 특검은 그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고 지시해 병력 진입을 막았다는 점에 주목해 불기소했고, 오히려 보국훈장까지 수여되었습니다. 하지만 종합특검은 계엄 직전 이진우 전 사령관의 지시로 수호신TF에 소집되고 작전 계속 의사를 밝힌 초기 행위에 초점을 맞춰 내란 가담으로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두 차례 특검이 전혀 다른 법적 결론을 내린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대부분 기존 주장을 고수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흔들리는 증언과 재판 파장
가장 큰 파장은 기존 내란 재판에 미칠 영향입니다. 홍장원 전 차장은 조태용 전 원장의 항소심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해 징역 2년 6개월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이번 기소로 그의 진술 신빙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서도 이를 근거로 증거 능력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고요. 특검 측은 새로운 증거 없이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수사기관마다 법리 해석과 입증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향후 재판부가 두 특검의 상반된 결정 중 어떤 쪽을 받아들일지에 따라 내란 사건 전체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국정원 일반 직원들의 조직적 가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정무직 간부들의 범죄 사실에만 기소가 집중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홍 전 차장과 조 대령의 재판 결과가 앞으로 진행되는 다른 내란 관련 사건들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